흑인 인어공주가 주인공인 디즈니 영화 예고편이 공개된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예고편 속 흑인 배우를 백인으로 바꿔놓은 동영상이 논란이다.
16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한 트위터 사용자는 디즈니의 흑인 인어공주를 백인으로 바꾼 동영상을 만들었다가 트위터로부터 계정 활동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해당 영상을 트위터에 처음 소개한 누리꾼은 “AI 과학자의 공로 덕분”이라며 “그가 인어공주를 고쳤다. (흑인 인어공주를) 적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백인 소녀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흑인 인어공주에 반발한 인종차별적인 영상”이라는 비판이 다수 제기됐다.
디즈니가 예고편을 공개한 인어공주 실사판은 1989년 개봉한 동명의 인기 애니메이션을 재해석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영화의 주인공 아리엘 역할로 흑인 R&B 가수 겸 배우 핼리 베일리가 캐스팅되자 팬들 사이에서는 ‘블랙 워싱’ 논란이 일었다. 블랙 워싱이란 백인으로 설정된 캐릭터를 흑인 배우가 연기하는 것을 뜻한다.
이들은 인어공주의 원작 삽화에는 붉은 머리에 창백한 피부의 여성이 등장한다는 점을 들어 “디즈니가 ‘PC(정치적 올바름)주의’에 경도돼 원작을 훼손하고 있다”는 반발을 제기하기도 했다. 원작 팬들은 캐스팅이 발표되던 2019년 ‘인어공주가 흑인일 수 없다’며 SNS에 ‘#NotMyAriel’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10일 월트디즈니스튜디오가 영화의 예고편 영상을 게재하자 댓글란에는 세계 각국 팬들의 악플이 달렸다. 영국의 온라인 매체 ‘유니래드(UNILAD)’는 13일 기준 예고편의 ‘좋아요’는 46만개, ‘싫어요’는 150만개라고 밝혔다. 유튜브에서 ‘싫어요’ 수는 비공개 전환됐지만 플러그인 기능을 활용하면 ‘싫어요’ 수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그동안 백인이 아닌 흑인 인어공주에 불만을 표한 팬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흑인 배우를 백인 AI로 바꾼 영상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7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실사화가 정말 마음에 안 들었지만 저건 인종차별이다” “모욕적이다. 선 넘었다” “흑인 아이들이 보면 상처일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달렸다. 또 한 누리꾼은 “설령 같은 인종의 다른 사람의 얼굴로 바꿨다고 하더라도 AI로 대체하는 식의 행위 자체가 배우에게 무례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문제의 영상을 트위터에 공유한 누리꾼은 계속되는 논란에 ‘순전히 교육적’인 이유였다며 “인종차별적인 방식이라고 오해하지 말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는 “인공지능이 수행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기술에 놀랐고, 사람들에게 (AI 기술 구현자의) 연구 분야를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해명 이후에도 누리꾼들의 비난이 끊이지 않았고 현재 해당 트위터 계정은 삭제된 상태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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