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 범죄에 숨은 음모 ‘이야기 제왕’이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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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는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는 위험을 자초하는 셈이라는 것을 알겠다. 지금까지는 몰랐고 심지어 고민한 적도 없는 부분이었건만, 그것이 글쓰기가 매혹적인 이유 중 하나다. 나를 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있잖아. 옷을 벗었어. 나를 드러내고 있어.”

‘이야기의 제왕’ 스티븐 킹이 돌아왔다. 이번엔 하드보일드 누아르 스릴러다. 악인만을 상대한다는 원칙을 지켜 온 저격수 빌리 서머스는 은퇴를 앞두고 거부할 수 없는 큰 금액을 대가로 마지막 암살 의뢰를 받는다. 살인 혐의로 수감된 저격 상대를 재판 당일 ‘처리’하기 위해 빌리는 작가 지망생을 위장해 법원 근처 작은 건물에 입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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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는 좋아하는 만화책 시리즈의 내용을 줄줄 꿰고 에밀 졸라와 윌리엄 포크너, 찰스 디킨스 등의 작품을 섭렵했다. 하지만 살인청부업자로 일하면서는 영민함을 숨기고 스스로를 ‘바보 빌리’라고 부르며 연기해 왔다.

위장하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를 통해 빌리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첫 살인의 기억, 군인 시절 목격했던 이라크의 참상, 묻혀있던 트라우마까지 서서히 일깨운다. 그리고 빌리가 창작에 몰입하게 된 시점, 의뢰에 숨어 있던 음모가 그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킹은 ‘미저리’와 ‘파인더스 키퍼스’, ‘그것’ 등 여러 작품에서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그가 쓴 유일한 작법서 ‘유혹하는 글쓰기’는 소설가 지망생들의 필독서다. 이번 작품은 소설이지만 또 하나의 작법서라 할 수 있다. ‘빌리 서머스’는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조로 독자들을 몰입시킨다.

글쓰기와 전혀 인연이 없던 인물이 작가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글쓰기에 대한 킹 자신의 신념과 고민도 담았다. 그는 책 출간 후 에스콰이어와 한 인터뷰에서 “나를 초심으로, 정말로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느낀 자유로움으로 되돌아가게 했다”며 “이야기를 쓸 수 있으며 자신의 일부를 드러낼 수 있다는 감각은 일종의 도취감과도 같다”고 말했다.

책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NYT는 “변함없는 에너지와 자신감을 증명하는 작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야심차고 절제돼 있으며 강렬한 변신”, 북리스트는 “속도감 넘치는 여러 내러티브로 독자들을 사로잡아 완벽하게 조직한 감동인 엔딩으로 몰아간다”는 평을 내놨다. ‘스타워즈’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을 제작한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배드 로봇 프로덕션이 드라마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지금까지 30여개 언어로 번역돼 3억5000만부 이상 판매됐다. ‘공포의 제왕’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간의 심층적인 두려움을 자극하는 데 탁월하다. 공포 소설뿐 아니라 SF, 판타지,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방대한 작품 세계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는 동시에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킹은 2003년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전미 도서상 시상식에서 미국 문단에 탁월한 공로를 세운 작가에게 수여하는 평생 공로상, 오헨리상과 LA 타임스 도서상, 영국 환상문학상과 호러 길드상 등을 받았다. 2015년에는 탐정 미스터리 ‘미스터 메르세데스’로 영미권 최고의 추리소설상인 에드거상을 수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취재:  기자    기사입력 : 22-09-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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