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과 부딪치면 제거한다, 가족이라도… 참혹한 진실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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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28’ ‘종의 기원’ 등 악인의 이야기를 주로 써온 소설가 정유정(55)이 또 한 명의 악마적 인물을 빚어냈다. 신작 장편 ‘완전한 행복’의 주인공 신유나. 한 주부의 뒤틀린 마음이 주변인들에게 드리우는 어둠을 섬찟하게 보여준다. 500쪽이 넘는 긴 이야기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쉴 틈을 찾기 어렵다.

소설은 정상과 기괴, 사랑과 증오, 행복과 비극 사이를 급격하게 오간다. 소설 속 신유나는 매우 연극적인 인물이다. 완전히 다른 얼굴로 한순간에 돌변하고, 잔혹한 목적을 위해 남의 감정을 조종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돌연 가장 낯선 얼굴이 되고, 평범한 일상은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변한다. 그 커다란 낙차가 공포를 자아낸다.

이야기는 신유나, 남편, 아이의 시점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봄 햇살처럼 환한 미소에 겨울바람처럼 찬 눈을 가진 신유나의 기괴한 얼굴을 보고 서서히 드러나는 참혹한 진실을 대면하는 남편과 아이의 이야기에서 비극성과 공포는 극대화된다.

소설을 읽으며 지난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고유정 사건’을 떠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소설 속 유나는 전 남편을 살해한 후 토막 내 유기한 고유정과 닮은 점이 많다. 고유정은 의붓아들 살해 혐의도 받았다. 작가는 고유정 사건이 “이야기를 태동시킨 배아”라고 밝히면서도 플롯이나 인물, 배경, 서사 등은 모두 소설적 허구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신유나를 병적으로 자기 행복을 추구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본다. ‘완전한 행복’이란 제목은 그런 성격적 특성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자기애는 그를 매혹적으로 만드는 힘이기도 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나의 행복은 언제든 남의 행복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유나는 그 지점에서 갈등하는 상대를 제거하며 자기의 행복으로 나아간다. 상대가 가족이라도 상관없다.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완전한 행복으로 갈 수 있을까. ‘완전한 행복’은 모두가 행복을 외치는 시대, 나의 행복과 남의 행복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가 묻는 듯하다.

김남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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