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사 엑소더스 공수처… 처장 바꾸고 대수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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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이야 사라진 지 오래됐지만 이젠 위태롭다는 느낌마저 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검사들의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월부터 검사 23명 중 5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정원 25명을 아직도 채우지 못해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거꾸로 기존 검사들이 조직을 떠나는 것이다. 수사관도 이미 여러 명 사직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21일 영국 중대비리수사청을 방문하러 출장길에 올랐는데, 돌아오면 사표를 내려고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수사 실적은 올해도 거의 전무하다. 총력을 쏟았다는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은 사실상 실패한 수사로 판정될 위기에 놓였고, 그 사건을 담당해온 검사도 이번에 사의를 밝혔다. 이렇게 흔들리는 조직에서 공직사회의 비리와 부패를 척결하는 중대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공수처는 검사 연쇄 이탈의 원인을 처우 제도에서 찾으려는 듯하다. 검사 임기를 3년마다 연장토록 돼 있어 불안정하다며 이를 7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원인의 단편일지는 몰라도 이것이 본질일 순 없다. 진짜 원인은 공수처가 제 역할의 흉내도 내지 못한 채 벌써 1년8개월을 허송했다는 사실이고, 그 책임은 제대로 된 수사를 하도록 조직을 이끌지 못한 지휘부에 있다. 공수처가 왜 만들어졌는가. 권력의 입김에서 벗어나 정치적 중립성 을 바탕에 두고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범죄를 엄정히 수사하라는 뜻이었다. 출범 초부터 김 처장이 ‘황제 조사’ 논란을 자초해 스스로 중립성을 훼손하더니 이후 손대는 수사마다 정치적 편향성 시비에 휘말렸다. 북한에 피살된 공무원의 유족이 관련 공직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절대 공수처에 이첩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까지 하는 상황이 됐다.

수사의 역량과 중립성 모두 낙제점을 받은 공수처의 흔들리는 조직을 지금의 리더십으로 재건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조직 내부에서 “처장, 차장 때문에 자포자기 상태”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수술이 필요하다. 김 처장이 지금 해야 할 초대 수장의 역할은 사퇴하는 것이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에서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




취재:  기자    기사입력 : 22-09-2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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