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저커버그와 사우론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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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사우론의 눈’이라고 불린다. 사우론의 눈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악의 존재다. 탑 위에서 붉은 기운을 내뿜으며 주인공을 끈질기게 뒤쫓는 거대한 눈동자…. 최고경영자가 직원들을 얼마나 닦달했으면 이런 별명을 얻었을까.

하지만 저커버그는 지난 3월 한 인터뷰에서 “(직원들에 대한) 나의 관심을 사우론의 눈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저커버그의 업무 열정을 사우론의 눈에 빗대어 칭찬했다는 얘기인데, 설득력은 별로 없어 보인다. 대신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맞춤형 광고 수익 구조가 사우론의 눈과 더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CCTV처럼 작동하는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온라인상 일거수일투족을 뒤쫓는 방식으로 ‘취향 저격형’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저커버그의 휴대폰 벨소리가 영국 록 그룹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노래 ‘하늘의 눈(Eye in the sky)’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 곡에는 ‘나는 하늘의 눈, 널 보면 네 마음을 읽을 수 있어’라는 후렴이 등장한다. 이용자 관심사까지 추적 가능한 페이스북이 바로 마음속까지 읽을 수 있는 하늘의 눈 아니냐는 얘기다.

그런데 앞으로는 하늘의 눈과 같은 시스템으로도 돈을 벌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질 전망이다. 최근 메타는 국내에서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광고에 활용했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308억600만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 메타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인정보와 관련한 미국 법이 강화되는 추세인 데다 최근 소송 결과에 비춰 국내 처분이 과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메타는 이용자들 의도와 상관없이 위치 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미국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낸 집단소송에서 최근 375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내년 1월 개인정보를 더 철저하게 보호하는 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소비자 프라이버시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맞춤형 광고를 만들기 위해 사업자들이 서로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 소비자 권한을 명시했다. 또 개인정보 공유에 동의하지 않은 이용자들에게 서비스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물론 메타에 과징금 부과 처분이 내려지긴 했지만 국내 프라이버시권이 강화되기까지 갈 길은 멀다. 캘리포니아주 법에 규정된 소비자 권한은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으로는 보장받기 어려운 것들이다. 게다가 정부는 금융 규제 혁신을 통해 금융회사의 고객 개인정보 활용을 훨씬 수월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규제 혁신안엔 금융 상품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여러 계열사가 공유·활용하는 과정에 필요한 신고 절차 등을 생략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는 빅테크·핀테크 등 다른 업체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한다.

14년 전에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당국자의 장황한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금융지주사 자회사 간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국내 법이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기사를 쓴 뒤였다. 현재까지도 금융 당국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국내 규제 체계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그동안 끊이지 않고 발생한 크고 작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허점이 많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당국은 적어도 ‘업계 민원 들어주기에만 급급하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인 개인정보 보호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경택 경제부 차장 ptyx@kmib.co.kr




취재:  기자    기사입력 : 22-09-19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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