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대안 가족의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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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났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친척들은 모두 본가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지만, 명절이라는 핑계를 통해야만 만난다. 그리고 그 만남의 자리에서 안부 겸 잔소리를 나눈다.

이 ‘혈연’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학대나 폭력을 이유로 가족과 연을 끊었거나 비혼주의자로 살아가는 사람들, 혹은 수도권에 혼자 살며 이어가는 생업이 바빠 명절에도 가족을 보러 지방으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예술가로 활동하거나 일을 하지 않는 친구들은 그 시간이 편치 않아 명절을 따로 보낸다.

몇 년 전부터는 이들이 모여 새로운 명절 문화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함께 장을 보고 전을 부쳐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연휴 동안 홀로 남겨지는 반려동물들을 보살피며, 주로 가족 구성원 중 여성의 몫으로 미뤄졌던 요리나 설거지 등 가사노동을 나눠 맡으면서 파티처럼 명절을 즐기는 것이다.

최근 들어 ‘대안 가족’이라는 용어가 자주 들려온다. 전통적인 방식의 가족이나 결혼에 의해 맺어진 혼인 관계가 아닌 친구끼리, 연인끼리, 혹은 다양한 목적과 이유로 모인 공동체가 서로에게 보호자이자 가족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비슷한 가치관, 비슷한 취미를 가진 이들이 모였기에 이 복잡하고 다원적인 세상 속에서 서로에게 소속감을 느끼기란 보다 쉬울 것 같다. 도시의 젊은이들뿐 아니라 여러 이유로 인해 이곳저곳에 남겨진 독거노인들, 사회적 집단에 소속되지 않은 중장년층에게도 이런 대안 가족은 꼭 필요한 존재일 것이다.

어쩌면 ‘대안’이라는 수식을 제하고 혈연관계와 마찬가지로 ‘가족’이라 부르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전통적인 가족적 유대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는 만큼 생활동반자법 등 이들을 보조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선오 시인




취재:  기자    기사입력 : 22-09-19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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