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자기 나이를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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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언니와 점심을 먹었다. 나와 십 년 가까이 터울이 난다. 내가 40대의 삶을 준비하는 지금, 언니는 50대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확실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문제없이 되던 일들이 하나둘 안 되기 시작하고 또 반대로 여태 없던 일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을 필요 이상으로 불행하고 불쌍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출발선상과 결승 지점이 다를 뿐 누구나 똑같이 겪는 일일 뿐이니 말이다.

나는 며칠 전 십 년 가까이 어린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며 비슷한 말을 했다. 나이 이야기를 그저 편안하게 나누고 싶다는 말. 어떤 자리에서는 내가 나이를 밝히자마자 대뜸 불쌍하다는 탄성부터 터져 나온다. ‘벌써 요조가 40대야~ 안됐다~.’ 어디까지나 절친한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익살스러움으로 만들어지는 분위기지만 나는 이런 유머에 장단을 맞춰주는 일이 조금씩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냥 40대가 돼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보다 어린 사람하고도, 나이가 많은 사람하고도 덤덤하고 진지하게 나누고 싶다.

나는 그 친한 언니와 나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언니는 초조하다. 50대 삶의 어떤 부분에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언니를 연민하지 않는다. 곧 내가 똑같이 겪을 삶이다. 나는 언니의 마음을 경청한다. 언니 역시 내 나이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이미 자신이 살았던 시절이므로 부러워한다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라는 것을 안다. 내 고민을 듣고 아는 부분은 짧고 명쾌하게, 모르는 부분은 너 참 이상하다는 말로 역시 짧고 명쾌하게 알려준다.

나이는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리고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바로미터다. 나이를 잊고 살자는 말은 다시 해석됐으면 한다. 나이를 기억하며 살자고. 대신 그것이 주는 불쌍함은, 부러움은 잊어버리자고.

요조 가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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