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SNS 시대에 최적화된 요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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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면 충분했던 양파를 한 망이나 샀다. 낱개보다 망으로 구입하는 게 이득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날마다 구워 먹고 볶아 먹으면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한데 보름 동안 반도 못 먹었다. 물러진 양파는 결국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하긴 이게 어디 양파만의 일이랴. 지나친 욕심을 주체하지 못하는 바람에 남아도는 음식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지금 이걸 필요로 하는 사람과 나를 연결해 주는 사이트 같은 게 있으면 좋을 텐데. 혹시나 해서 찾아봤다. 한국에는 없지만 영국에는 있더라. 올리오(Olio)는 이웃과 동네 카페, 음식점을 연결해 남은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도록 돕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이다.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고 픽업 장소를 지정하면 대개 1시간 이내에 다른 사용자가 이를 받아가는 방식으로 공유가 이뤄진다. 2016년 처음 개발됐고, 음식이 낭비되는 걸 고민하던 사람들의 열광적 참여로 현재는 60만명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식품 폐기물 처리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했던 덴마크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사람은 셀리나 율이다. 사회기반시설이 무너진 러시아에서 끼니 걱정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열세 살 무렵 덴마크로 이주했는데, 놀랄 정도로 많은 음식이 낭비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외식 후 남은 음식을 거리낌 없이 싸갈 수 있도록 하는 ‘착한 포장 봉지(Goodie Bag)’를 개발해 전국 6만여개에 이르는 식당에 공급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그의 노력 덕분이다. 이후로 셀리나 율의 캠페인은 확대돼 세계에서 최초로 ‘식품 폐기물만 판매하는 마트’가 생기기도 했다. 자선단체 위푸드가 운영하는 이 마트에서는 유통기간이 지났지만 아직 먹기에는 충분히 안전한 식품만을 할인해 판매하는데, 소비자들의 적극적 호응으로 점점 지점이 늘어나는 모양이다.

건강해지기 위해 신선한 식품을 먹어야 한다는 현대인들의 집착이 얼마나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했는지 고발한 책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식품을 낭비한다는 건 그걸 기르고 가공하고 포장하고 운송하고 세척하고 냉장하는데 들어간 물과 에너지, 농약, 노동력을 비롯한 자원을 전부 낭비한다는 걸 뜻한다. 식품 폐기물 문제의 해답이 퇴비화라는 오해가 있다. 퇴비화는 마지막 수단이다. 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게 재활용하는 것보다 지구에 훨씬 더 좋다.” 아니, 식량 부족으로 굶어 죽는 인류와 환경오염 문제까지 거창하게 고민하는 건 그만두더라도, 가끔 뼈가 많은 닭요리나 껍질이 남는 과일을 먹고 나면 한 번씩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가 곤란하다고 여길 때가 있지 않나. 그런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써먹어 볼 만한 팁이 하나 있는데.

지난 3월 이케아 캐나다는 북미 지역 10명의 유명 셰프와 협력해 식품 폐기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법을 개발했다. ‘스크랩북-낭비 없는 요리책’에선 쉽게 버려지는 바나나 껍질과 감자 껍질, 무의 이파리와 커피원두 찌꺼기, 씨 부분만 남은 사과와 심지어 닭 뼈까지도 훌륭한 음식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50가지 레시피를 소개한다. 가령 스무디를 마시는 게 루틴이어서 매일매일 바나나 껍질을 처리하는 것이 골치인 사람들에게, 그 속살보다 훨씬 영양분이 풍부한 바나나 껍질을 활용해 ‘새우 요리에 어울리는 바나나 껍질 소스’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는 식이다.

이케아에서 제작한 책답게 각각의 요리법은 누구나 따라해 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 만큼 간단하고, 디자인적으로도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이 근사하게 편집했다. 그야말로 SNS 시대에 최적화된 아이디어가 풍성한 요리책이라고 할까. 이 뿐만 아니라 달걀 껍질이나 오이 조각을 방향제나 살충제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설명해 준다. 가장 훌륭한 점은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는 것! 호기심이 생겼다면 구글에서 ‘The Scraps Book-A Waste Less Cookbook’으로 검색해 보시길.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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