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진국 인재’ 광주 붕괴 참사… 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시내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선 순간,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지며 덮쳤다. 버스는 순식간에 콘크리트 덩어리에 짓눌리고 찢겼다. 9일 광주광역시 한 재개발 현장에서 일어난 이 사고로 17세 고등학생, 아들의 생일상을 차려놓고 나갔던 60대 어머니 등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상적으로 타고 다니는 시내버스에서 무방비로 당한 일이라 더욱 충격적이다. 작업자들은 철거를 하면서 바로 앞 도로의 차량 통행을 통제하지 않았다. 공사 현장 인도에 최소한의 철제 지지대를 세우고 버스 정류장만 옮겼어도 대형 인명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철거 현장에는 공사를 관리하는 감리자도 없었다. 안전불감증이 낳은 전형적인 인재, 그것도 후진국형 인재다. 참담할 뿐이다.

이번 사건은 2년 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사고와 판박이다. 당시도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차량을 덮쳐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예비신부가 목숨을 잃었다. 잠원동 사고의 원인도 안전 소홀이었다.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건축물관리법’을 제정했다. 지난해 5월 시행된 이 법에 따르면 건물 관리자는 건물을 철거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안전 계획이 포함된 해체계획서를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자체는 안전한 관리를 위해 감리자를 지정해야 한다. 그러나 관련 법까지 만들었지만 대참사를 막지 못했다. 이번 작업에서 철거 관련 안전계획 등 규정이 제대로 준수됐는지, 광주시가 건물 해체 허가를 제대로 했는지, 감리자는 규정대로 지정했는지 철저히 따져야 할 것이다.

재개발사업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철거를 맡은 하도급업체의 법적 책임, 불법 재하도급 의혹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이번 공사에 투입된 작업자들은 원청에서 하도급, 재하도급으로 이어지는 해체 작업에 투입됐다고 증언했다. 재하도급이 없었다는 현대산업개발 측의 설명과 다르다. 철거업체가 지자체에서 허가받은 계획대로 하지 않고 현장에서 무리하게 작업을 변경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속 조사해서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원시적인 사고에 안타까운 국민의 희생이 발생했다”며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내놓아도 안전사고는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참사를 지켜봐야 하나. 관성적이고 말뿐인 대책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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