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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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이 빠른 백신 접종을 앞세워 약 18개월 만에 공연 재개를 앞두고 있다. 브로드웨이에선 9월 2일 뮤지컬 ‘하데스 타운’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공연이 올라갈 예정이다.

반면 브로드웨이와 함께 뉴욕 공연계를 상징하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는 여전히 재개가 불분명하다. MET는 계획대로라면 9월 27일 2021∼2022 시즌을 시작해야 하지만 사측과 합창단, 오케스트라, 스태프의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연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측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억5000만 달러(약 167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만큼 단원 등에게 다른 주요 오케스트라와 마찬가지로 30% 임금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노조는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무대 스태프 노조는 거부하고 있다.

유럽에서 오페라하우스나 오케스트라가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에 크게 기대는 것과 달리 예술에 대한 공공 지원이 빈약한 미국에서는 티켓 판매와 민간 후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MET 등 미국 공연예술 단체들은 지난해 코로나로 문을 닫게 되자 소속 단원과 직원을 일시 해고했었다. 고용 유연성이 높은 미국에서 일시 해고는 건강보험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무급휴직과 비슷하다. 최근 공연 재개 방침에 따라 일시 해고했던 직원을 재고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단체들이 재정 위기 때문에 평균 30~40%의 임금 삭감을 단행하고 있다.

코로나로 타격을 받았지만 공연예술이 생존에 어려움을 겪은 시점은 사실 팬데믹 이전부터다.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인 MET조차도 2000년대 중반 이후 하락세가 뚜렷하다. 관객층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객석 점유율은 50~60%대까지 떨어졌다. 공연예술은 원래 기술 발전으로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거나 상품을 규격화할 수 있는 다른 산업과 달리 노동집약적이며 대량 생산도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인건비는 매년 오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적자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어 점점 생존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내용을 담은 미국 경제학자 보멀과 보웬의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1966)는 공연예술에 대한 지원의 이론적 근거가 되고 있다. 다만 공공 지원에 맞춰 공연장이나 단체 역시 운영 합리화 노력이 필수적임은 물론이다. 인건비 증가로 공연 예산이 줄지 않도록 조직을 슬림화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과 달리 공공 의존도가 높은 한국 공연예술계에서는 최근 국공립 예술단체들의 단원 평가와 조직관리 문제로 시끄럽다. 서울시향은 최근 시 감사에서 그동안 허술했던 단원 평가 및 정년제도 개선을 요구받는 것은 물론이고 사측이 노조에 경영·인사권을 넘긴 단체협약 조항에 대해서도 개정을 요구받았다. 또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예술단 발전방안 수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촤근 공청회를 열었다. 9개나 되는 전속 예술단이 그동안 예술적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돈 먹는 하나’로 불리며 외면받아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국공립 예술단체는 일부를 제외하면 예술적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단원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지자체 등이 매년 지원 예산 증가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반면 예술단체 노조는 고용 보장을 우선시하고 있다. 그동안 사안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복잡성 때문에 대충 미봉해 왔지만 이제는 더 내버려 둘 수 없는 상태다.

단체마다 세부 상황이 달라 해결책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공통 원칙은 단원이나 극장 스태프가 아니라 공연의 수요자인 시민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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